한밤중에 비도 오니 예전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흔한 일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네요
던파가 한창 국민 게임일때 제가 중학교 2학년 이었을 겁니다
친구들이랑 얘기 하던 중에 던파 얘기가 나왔고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피시방에 던파하러 가기로 결정 했습니다
그 때 피시방에 도착하고 애들이랑 자리 고르고 앉는데
저희 옆자리에 안경끼고 살짝 마른 아저씨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저씨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여하튼 자리에 앉아서 던파를 하던 도중에 친구가 유니크 등급의 좋은 무기가 떠서
"야. 떴어? 떴어?" "오! 야 얘 떴다!" "뭐 떴냐?" 이런식으로 들떴던 걸로 기억해요
딱히 던파가 서든 같은 FPS 처럼 친구들이랑 하면서 왁왁 큰소리 내면서 할 게임은 아니라
그 당시에도 그렇게 큰 소리는 안 냈었습니다
고작해야 "오~ 이 새끼 운 존나 좋네" 하는 정도로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저희가 말하고 있던 것 보다 더 큰 소리로, 정확히 이 발음으로, 이렇게 말했던게 기억나네요
"쫌! 닥쳐라! 이 갯씹쌕끠들아! 피시방에선 쫌 닥치고 해야지! 씌이발!"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특히 그 아저씨가 짓고 있던 표정, 과장 하나 안치고 제가 중2까지 살면서 처음 본 살의 낀 얼굴 이었습니다
얼굴이 온갖 방향으로 주름지며 일그러져있고 얼굴은 시뻘겠습니다 무엇보다 그 눈이 정말 무서웠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제 친구들도 그런 얼굴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직 만나고 있는 친구 한명도 그 아저씰 아직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어쨌든 당시에 어렸던 우리들은 정말 무서워서 30분이 넘도록 아무말도 못하고 자리도 못 뜬 채 게임만 계속했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등학생 형들이 4~5명 들어왔었습니다
저희 학교주변에 공고 하나가 있는데 거기서 땡땡이 치고 나온 형들이었습니다
중학생 때인 제가 봐도 큰 키에 적절한 사복 매치, 들어오자마자 담배부터 꼬나물면서 피는게 딱 보아도 노는 형들이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 형들이 들어온지 10분도 안되어 시끄러워졌고
당시 인기가요들을 크게 틀어재끼고 동네 시장판 마냥 시끄럽게 떠드는 둥 난리였습니다
저희들이랑은 비교자체가 안될 정도로요
저희들은 또 우리 옆에 아저씨 때문에 난리가 나겠구나 하면서 서로 떨면서 눈치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그 형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아저씨는 아무말도 없었습니다
그 형들이 자리에 있는 컴퓨터를 쾅쾅 쳐대도 뛰어다녀도 알바만 좀 주의를 줄 뿐, 정말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것 처럼
그러다 그냥 아무말 없이 일어나서 저희를 한번 째려보더니 나가버렸습니다
당시엔 이 아저씨가 왜 갑자기 저럴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세월이 지나고보니 참 헛웃음이 나옵니다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 막간에는 짧게 끝내지만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랑 만나면 그 아저씨 뒷담을 오지게 깝니다
쓸데없이 옛날 생각 나 길게 적은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분노조절잘해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