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에 관한 흥미로운 논의가 나와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재미의 출발선은 여러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 호기심에 의한 탐구, 기본 욕구를 만족시키는 행위, 조작 행위에서 오는 충족감 등등
하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결국 재미란 것은 감정을 충족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죠
다른 예를 보자면 인간은 배가 고프면 공복을 느끼고 음식을 먹으며 거기에서 맛을 느끼게 됩니다.
공복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충족감이 느껴지게 되죠
다른 동물들이 식사를 하며 얼마나 맛을 음미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공복을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사람과 동물의 공통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뇌 진화론을 약간 인용하자면
사람의 뇌는 영장류의 복잡한 뇌구조 뿐만 아니라 파충류의 원시적인 뇌 또한 포함하고 있는
구체적으로는 외부로 갈수록 고등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는 3중 구조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중구조에서 인간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가장 외부를 덮고 있는 대뇌피질이죠
이 대뇌피질이야말로 지성을 발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대다수의 생물을 가르는 차이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기의 내용을 숙지한 상태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짐승이든 인간이든 공복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소위 '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R복합체 부분의 본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데 본능이란거죠
파충류 수준의 동물은 대체로 여기서 본능이 시작돼서 끝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그 본능이 R복합체 뿐만 아니라 더 발달된 뇌인 변연계를 너머 신피질(대뇌피질)까지 퍼집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는 단순한 본능적 충동이었을 뿐인 공복이
대뇌피질에서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고 해석되며
공복을 피하는 본능에 불과했을 감정들이 고유한 감정으로 분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요컨데맛에 따른 감정의 변화는 동물에 따라 느끼는 차이가 있겠지만
뇌가 발달함에 따라 의미가 확장되며 나타나는 표현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재미라는 것도
결국에는 맛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충동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뇌가 발달하고 충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며
그 충동에 생존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게 되면서부터
재미는 발생했다고 봅니다.
결론은 재미를 비롯한 인간의 희노애락과 같은 감정은
본래 생명을 위해 가지게된 충동들이
뇌의 성능향상에 영향을 받아서
충동을 넘어선 고유한 의미를 가지게 되며
그 자체로서 고유한 개념이 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가정에 따르면 재미는 그 근원이 본능이나 충동에 있기 때문에
인간이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충족시키는가를 보면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재미라는 것은 본능을 인간의 지성이 재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본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결론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지성이 발달해온 과정을 더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많겠죠
그러나 이런 근본에 관한 설명이 없더라도
재미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한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가를 관찰하면 되는 것이죠
가령 게임에 한정지어 설명한다면
'어느 게임이 재미있다고 평가되는가' 이런 주제를 가지고 게임들을 쭉 수집해오다보면
어떤 공통된 요소들이 발견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가지를 살펴본다면 '노력'과 '보상'이 있습니다
노력에 보상에 따르는 것, 게임에서는 당연한 일이죠
이것은 다른 짐승들도 포함되는 상당히 근본적인 현상입니다.
동물이 사냥을 하는 것도 사냥감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것입니다.
인간도, 물질적인 보상에 한정되는 것이 아닐 뿐 어떤 행위에는 어떤 결과가 수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을 하게 되죠
그것이 꼭 돈이나 명성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게임은 이 노력과 보상이 거의 반드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현실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죠